
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 수상 후 칸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
한국의 영화감독 봉준호가 칸 영화제의 최고상을 받았다.
봉준호 감독의 영화 <기생충>이 25일(현지시각)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. 한국영화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본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10년 이창동 감독의 <시>가 각본상을 받은 뒤 9년 만이다.
현지시각으로 이날 오후 7시15분 프랑스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<기생충>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맨 마지막에 호명됐다.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“프랑스어 연설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며 영감을 받았다”며 “<기생충>은 영화적인 모험이었다.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, 이는 함께 한 수많은 아티스트가 있어서 가능했다”고 수상의 영광을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돌렸다. 이어 “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동반자인 송강호씨의 멘트를 꼭 듣고 싶다”며 <기생충>의 주연배우이자 자신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송강호를 무대 위로 소환했다. 무대에 오른 송강호는 “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모든 대한민국 배우들에게 이 영광을 바치겠다”고 말했다.
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한 봉 감독은 “저는 그냥 열 두살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은 소심한 영화광이었다. 이 트로피를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 상상도 못 했다”며 주먹을 쥔 손을 번쩍 들어 올려 수상의 기쁨을 표했다.
<기생충>은 구성원 모두가 백수인 기택(송강호)네 장남 기우가 박 사장네 고액 과외선생이 되면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다룬 블랙 코미디다.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는 물론 전 세계의 화두로 떠오른 빈부 격차의 문제를 드러낸다.
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시상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“<기생충>은 재밌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한 영화”라고 평가했다. 칸영화제는 지난해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<어떤 가족>에 이어 올해 <기생충>에 황금종려상을 수여함으로써 2년 연속 아시아 영화에 최고상을 안겼다.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“우리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로 수상작을 결정하지 않는다. 감독이 누구이고 어느 나라 영화인지도 중요하지 않다”며 “영화 그 자체로만 평가한다”고 강조했다.

원문보기: http://www.hani.co.kr/arti/culture/movie/895309.html#csidx7f19ad77f3f501aad5ef199bc84976b 📷